1. 칙, 성냥을 긋자 미니 바에 둥그런 빛이 퍼졌다. 마사는 촛대와 위스키 세 병을 가져다 바에 올려두었다. 테이블이며 의자가 모두 빈 지금, 베누스가 밝힌 불을 심지에 붙이는 동안 마사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병을 땄다. “이러고도 술을 찾으러 올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역시 거긴 제 예약석이라서요.” 대꾸해줘야 하느냐는 마사의 건조한 시선에 베누스가 짖궂게 웃었다. 얼마 전의 밤, 우연한 만남 뒤로 마사와 베누스는 종종 미니 바에서 마주쳤다. 마사가 이곳에서 지낸 일수보다 비워낸 술병의 개수가 몇 배를 넘어가, 그는 미니 바에 오는 사람들은 꿰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유독 같은 자리를 찾는 사람은 베누스가 유일했다. 눈에 띄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적당히 어둑한 곳. 호텔의 전기가 죄다 나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