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목숨따위 어느 날 디디에는 제노바에 다녀왔다. 클로에의 전화를 받고 “그래. 갈게.” 라고 순순히 대답했고, 짐은 캐리어 하나에 가볍게 꾸렸다. 놀랍게도 그는 9개월 전 새로운 가족으로부터 도망친 적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입술을 여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독을 대가로 디디에의 삶을 갈취하였기에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게다가 한 번 빼앗긴 적도 있으니 두 번이라고 안 될까. “손님?” 디디에는 수하물 수취대 앞에서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남색 캐리어가 컨베이어 벨트를 세 번째 돌고 있었다. 어느덧 입국장으로 떠나는 인파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는데, 디디에는 어머니께서 손수 달아주신 태그를 한발 늦게 알아보았다. “아, 네. 죄송합니다.” 부리나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