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판도라는 예외의 연속이다. 마사는 기꺼이 초대장을 내어준 친우를 잊지 않았다. 처음 초대장을 들고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에는 어차피 저녁부터 술을 마시고 밤부터 낮까지 늘어지게 자는 삶이 호화로운 장소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무어가 달라질 게 있겠냐 생각했건만, 평탄한 삶에는 굴곡이 지고 있었다. 아마 쿠르트는 이 상황을 예상했을 게 틀림없다. 불가능한 예측이지만, 마사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눈앞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접시를 깨뜨리고 테이블보를 찢어놓을 야수가 있었으므로. 쾅! 야수가 팔을 휘둘러 바닥을 내려찍자 마사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 데구르르 굴러갔다. 걷는 것보다 구르는 게 빠른 인간이라니, 이만큼 불편할 일도 없겠지만 며칠간 익숙해지려 갖은 애를 쓴 보람이 있었다. 지난번에 야수의 열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