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우리 결혼하지 않겠나.” “결혼하면 뭐라도 달라지나?” “당신과 나. 그거면 충분하지.” “진심인가?” “진심으로.” 결심을 맺고 나니 결혼식은 조촐하고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하객도 없이 늦은 새벽 무기고 옆의 작은 창고에서 진행되었다. 주례는 돌아가며 맡았다. R은 꼭 결혼해본 적 있는 사람처럼 가슴까지 쌓인 짐더미 뒤로 가더니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교회의 예식 절차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냈다. 마사는 긴가민가 하는 얼굴로 R이 시키는 대로 읊었다. 부케 대신 하잘 것 없는 들풀, 음식은 전날 먹고 남은 빵 몇 조각. 초라한 예식장에서도 R은 진지해보였다. “신부, 마사 호프먼은 ───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자네 먼저 함세.” “당신은 걱정이 많아.” “당신은 은근슬쩍 넘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