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엮이는 건 피곤한 짓이다. 섬나라 교외에 살던 노년의 여성이 혈혈단신으로 국경을 건너 장화의 해안가에 도착하려면 기필코 새겨두어야 했던 사실이었다. 밑단이 튿어진 바지를 군화에 넣어 입은 허름한 옷차림에, 다 떨어져가는 트렁크 하나만 덜렁 든 여자는 누구에게나 만만해보였다. 마사가 잉글랜드 끝에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싣고 갈 때, 마시던 술병에서 입을 떼면 내내 가방을 끌어안고는 말을 할 줄 모른다는 듯 매섭게 다물었다. 그는 취하고 싶었지 만만한 여자가 되기는 싫었다. 머나먼 길에서는 항상 예외가 생기듯, 신경에 거슬리는 일은 비바 갈레타 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솟아났다. 한 번은 북적이는 거리에서 번듯한 신사와 세게 부딪혔다. 두리번거리며 가게를 찾아 길을 건너다 일직선으로 건물을 따라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