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패러독스 역시 시간 낭비였나 도쿄에서의 생활도 거의 끝나간다. 모교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의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지 넉 달이 다 되어간다. 현준은 어영부영 타지에서 시간을 보낸 걸 후회하지 않았다. 돌이켜볼 시간에 카메라를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교정을 오가는 학생들이 렌즈에 맺힌다. 카페나 판매 부스 슬로건이 덕지덕지 붙은 창문도. 셔터를 누르면 시끌벅적한 소음, 여름의 노을에 맞닿은 습도가 포착된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2학년이 찍혔다. ‘이 정도면 부장도 통과해주겠지.’ 현준은 짧게 깎은 뒷머리를 긁었다. 현준은 부모님과 친했던 교감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아버지는 교수, 선생님은 교육자라고 하하 호호 웃으며 현준의 앞날을 다과 삼아 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