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키 헤 파타
2023. 8. 27.

 

See You Space Princess . . . 

 

그 볶음국수, 형편없더라고요. 다음에는 더 좋은 것으로 가져와요.

 

 작고 갸름한 머리에 날카로운 턱, 세 개의 손가락을 매끈한 청보라빛 무늬의 피부가 덮는다. 뻣뻣한 솔과 같은 하늘빛 꼬리깃이 자리잡았다. 등에는 길게 살이 이어붙은 흉터의 흔적이 있다. 지구인은 쥐라기 후기에 생존하였던 수각류 공룡, 콤프소그나투스과 가장 유사한 종족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물론 데키의 일족을 가리켜 콤프소그나투스의 현신이라 말한다면 날카로운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뱀처럼 동그랗고 노란 홍채에 검은 동공이 반짝인다.

 데키는 꼭 공작새처럼 자신의 몸을 꼼꼼히 관리한다. 복식 또한 자주 갈아 입는다. 지금은 식용 가능한 오팔버섯을 관리하느라 주렁주렁 주머니가 달린 작업 조끼를 자주 입더라도 점프 수트는 기본, 가끔 기분을 낼 때에는 케이프가 일자로 떨어지는 스윙 코트나 린넨 원피스 등 패션 센스가 시대를 아우른다.

 단 한 가지, 그가 다양한 옷을 수집할 적 고려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신발이다. 신발은 오래 전부터 덤불을 밟고 자란 데키에게 거추장스러운 부산물에 불과하다. “차라리 저 베이지색 클로슈를 내 옷장에 들일 거예요.” 

 

 이름

 데키 헤 파타 / Deci He Pata

 첫 번째는 가족에게 받은 이름, 두 번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이름, 세 번째는 성인이 된 후 받는 칭호.

 평범하게는 데키, 그를 공주로서 정중하게 대우하고 싶다면 파타를 권한다. 오, 파타 님.

 

 나이

 불명

 지구의 그레고리력이 통하지 않는 행성 포로Foro에서 오래 거주하였으므로 그에게 그런 숫자는 의미없다. 엔데버 호의 출항이 어느덧 100번째에 다다른 만큼, 시간과 날짜를 잘 계산한다면 지구식 나이를 밝혀낼 수 있고 선례 또한 많지만, 그런 건 데키 헤 파타가 할 일이 아니다. 

 

 신장

 125cm

 

 성격

 무리 생활을 당연시하는 종족의 특성에 반기를 들듯 단독생활을 즐긴다. 위로 넷의 언니들이 집단에 안주하며 데키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랐으므로, 사춘기의 반발심은 자존심으로 굳어졌다. 매사 일상에서 성취감을 요하는 동시에 손에 피가 묻는 것을 끔찍하게 여기며, 독립적인 성정으로 엔데버 호에 합류했음에도 다른 이들이 자신을 응당 대접해주길 원한다. 경력, 지위, 능력 등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쓸 만한 구실은 모두 들먹인다.

 지독할 만큼 뻔뻔한 골칫덩어리. 뜻을 굽히지 않고 남을 관철시키려 하는데, 업무에 관해서는 뒷전이고 발톱을 깨끗하게 다듬어달라, 바닥에 앉을 테니 방석이나 담요를 깔아달라, 시원한 과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가져오라는 것 등 어리광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이들이 데키의 투정을 꼭 받아줄 필요는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우주선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니 시끄러울 수는 있다. 그를 아주 면밀히 살펴본 자라면 그러한 행동이 때로는 두려움이나 외로움에서 기인하였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해줄 자가 없다고 단정짓는 치기는 데키를 더욱 고립시켰다.

 

 엔데버 호에서 맡은 역할

 그는 CUA 교역 행성어에 통역기를 사용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며, 우주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자신이 가장 뛰어난 역할을 하리라 굳게 믿고 행동한다. 그러나 그의 행실은 철저한 흥미본위에 달려 있기 때문에, 별의 길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물류 창고에 얼씬거린다. 배달품을 옮기는 일은 학을 떼지만 특수한 물품들을 꼬박꼬박 관리하는 일만큼은 자신의 몫으로 차지한다. 즉, 그는 열쇠지기이다. 

 데키는 키잡이로 일하던 옛적에도 사명감보다 자신의 기분을 중시하는 성정에 따라 몇몇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배달물품을 손실시켰고, 지금까지 두 번의 징계를 받았다. 그래도 데키는 몇십 번의 출항에서 두 번이면 선방했다고 대꾸한다. 적당히 눈치를 보고 꽁무니를 뺄 줄 아는 덕에 쫓겨나지는 않았으며, 경력직에 현 국왕의 자매라는 외교적 이유로 비교적 쉽게 연수 과정에 합류했다.

 

 엔데버 호에서의 경력

 첫 출항한 엔데버 호에 손님의 자격으로 몸을 싣고, 두 번째 출항부터 정식으로 함께했다, 80번째 임무 수행 과정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모두는 그가 사고로 죽었거나 변덕을 부려 엔데버 호를 이탈했다고 생각했지만, 데키는 100번째 출항에서 여러 시선을 받으며 재합류한다. 실종되기 전 그는 키잡이로 지냈다.

 

 기타 설정

 

 엔데버 호가 만들어지기도 전. 외계인과의 접촉마다 다양한 학자가 환호했지만, 토카나 종족과의 만남 이후 고생물학자와 자연사학자의 관심이 열렬히 쏟아진다. ‘공룡’의 습성을 닮은 우주인이 그곳에 존재했다. (유감스럽게도 네뷸러 테마파크의 중생대 어트랙션에 사용한 모형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였기에 붙은 설정이다. 《네뷸러 트래커즈 ~엔데버 호의 모험~》이 개봉한 이후 토카나 종족의 독립적인 코너가 생겨났지만.) 지구의 수풀에 숨을 수 없을 색깔을 띠고, 크기가 가장 작은 우주인이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수명은 공룡의 여섯 배 가량을 넘는다.

 토카나의 역사 또한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화석으로부터 태어나 생과 사의 순환을 거듭한다. 데키의 출생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알을 깨는 대신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땅 속 깊이 잠든 뼈 위로 살이 붙고, 비로소 팔다리로 흙을 헤엄칠 만한 신체가 갖추어지면 수많은 압력이 짓누르는 땅을 파헤치고 지상으로 나선다. 탄생은 그들에게 강인함을 증명하는 첫 번째 시험이다.

 이러한 차이를 보임에도 학자들이 토카나의 가능성에 집중한 것은 평범하게 알에서 태어난 신세대 일족들은 백악기의 공룡과, 땅에서 살아난 일족들은 쥐라기의 공룡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턱뼈와 치아의 발달 정도에 따라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CUA의 제안으로 토카나 종족과 지구인은 지속적인 학문 교류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토카나 종족의 일부는 멸종한 공룡을 자신의 일족과 동일시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으므로, 자긍심 높은 토카나의 공룡학자들은 토카나와 공룡의 차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외교 중재를 위해 방문한 지구인을 만난 어린 데키는 공룡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로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죽은 그들을 살려낼 수 있다면, 토카나에게는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것 아닌가. 인류가 최상위 포식자인 이상 허황된 꿈일지 몰라도, 다섯째 공주 데키는 손을 들고 엔데버 호의 승객이 되겠다고 돌발선언해 소란을 일으킨다. 며칠이 지나 어머니인 국왕의 승인이 이루어지고, 데키는 CUA의 환영을 받으며 엔데버 호의 첫 번째 출항에서 중도 합류하는 것으로 명예로운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

 지구의 자연사학자들에게 있어 토카나의 첫 상징은 데키였고(적어도 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데키는 자신의 상징적인 지위를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옛일. 데키는 다양한 행성을 누비고 지구인, 외계인과 접촉하면서 엔데버 호의 상호 고용이 어느 정도 인질에 해당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잘 이해했다. 어느덧 지구의 학계에서 공룡을 되살리는 연구는 사장되고, 포로의 식물을 이용해 대체육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데키는 회의감을 안고 80번째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돌연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백 번째 출항을 앞두고 샐쭉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내 자리 남겨두었죠?” 

 

 ✳ 지금까지도 데키의 실종 원인 및 과정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데키가 실종되었던 행성의 종족과 토카나 종족이 마찰을 빚은 적 있다. 갈등은 오 년 전 허무할 만큼 간단하게 일단락 되었다.  데키가 두 행성의 수장에게 안부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 한 차례 왕위가 교체되어 왕의 딸이 아닌 왕의 동생으로 거듭났지만, 타 행성에서도 쓸 법한 별다른 경칭이 없는 관계로 포로에서는 ‘파타 경’, ‘공주’, ‘파타 님’ 등 자신의 지위를 실감하게 해주는 호칭이라면 모두 용납했다.

 ✳ 행성 포로와 토카나 일족의 색감은 《네뷸러 트래커즈 ~엔데버 호의 모험~》에서 시각적 피로도를 높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푸르거나 보랏빛, 분홍빛의 색채를 강하게 내세운 설정은 쉽게 관객의 호불호를 타기 마련이다. 전작에서는 데키의 어머니가 CUA의 조력자로 등장하였으며, 데키를 비롯한 다섯 자매는 존재하지 않았던 설정이다.

 ✳ 토카나는 라이라와 협력관계에 있다. 토카나 종족은 라이라의 모성을 관광의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했고 데키 또한 자매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주어진 자유시간, 데키는 누군가의 조언을 무시한 채 무작정 슬롯 머신을 돌리다가 해가 까무룩 진 탓에 길을 잃고 만다. 어리바리하게 방황하던 그는 결국 훈수를 두던 ‘누군가’에게 다시금 도움을 요청하는데……. “지금 다 기억하고 있다고요?”

 

 캐릭터 이입 질문

 Q1.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면접이니까 꼭 물어보라는군요. 트래커즈가 되고 싶은 이유가 대관절 뭡니까?

 A1. 되고 싶었던 적 없어요! 그들이 날 필요로 했을 뿐이죠. 강제 채용은 성좌연합동맹에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어요! 이봐요, 댁이 내가 누군지 모른 채로 물어보는 것 같아서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내 말은, 댁은 내가 지구 자연사학에 커다란 희망을 안겨준 포로의 공식적인 다섯째 딸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요. 트래커즈가 되어야 할 명목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정말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자 물어본 건 아니잖아요?

 

 Q2. 아, 그래요. 그럼 당신의 동료가 될 그 어중이떠중이들을 어떻게 다룰 지 이야기해 보시죠. 복안이 있긴 한가요? 아니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을 정도로 사교성이 떨어지는 겁니까?

 A2.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요. 그 어중이떠중이들은 데키 헤 파타의 화려한 귀환을 어떻게 맞이할 생각이라고 하던가요? 지구인 방식으로 레드카펫을 까는 정도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어요. 데비의 모니터가 친절한 미소를 띄우며 내 손등에 입을 맞춰준다면 완벽하겠네요. 그런 눈, 음, 그래, 그렇게 정적을 지키지 마요. 난 타당한 절차를 요구하는 중이라고요! 이해가 안 되었나요?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죠…….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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