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 별로 하여금 우리를 인도하고 계십니다…….
그저 따르소서.
샤니라크 Shańyraq
- 등불을 든 조언자 -
숱이 많아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에 하나로 묶어올려 부드럽게 흔들리는 갈색의 머리카락. 사막의 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음식을 입에 댈 때조차 온몸, 특히 얼굴을 꽁꽁 싸매고 다닌다. 붉은 스카프는 일부러 입과 코를 가리려 두껍게 돌려 맸는데, 꼬리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은 길이로 늘어진다. 손에는 작은 칼에 베인 듯한 오래된 흉터와 함께 굳은살이 배겨있다. 고요하고 침착해보이는 외관은 다소 초연해보인다.
기본 정보
키: 177cm
나이: 비공개
성별: 무성
성격
언제나 말을 얹지 않은 채 사람들을 방관하는 나그네의 인상에 가깝다. 무겁게 떨어지는 옷자락이 고요해보일 뿐더러 사근사근한 태도 덕에 존재감이 옅다. 그럼에도 담백하고 온후한 말솜씨로 타인을 수용하는 측면이 커, 일행들 사이에서는 진중히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상담가로 자리했다. 많은 사람은 깊은 밤하늘 아래 그와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할 것이다.
아티교의 독실한 신자. 아주 오래 전부터 아티교를 믿었을 것으로 추측될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모두가 살아있는 낙원을 찾기 위해 만나게 된 것은 당연한 인연이라고 여긴다. 그는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모든 생활 습관을 금욕에 맞추었고, 음식을 비롯하여 물, 기본적인 생필품을 결코 탐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에서는 불만을 표하는 법 없이 순순히 뒤를 따른다. 그의 태도는 박애보다는 겸애에 가까운데, 타인 또한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은 응당 사랑하여 이롭도록 돕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윤회설에서 나아가 운명론을 언급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긍정적인 말을 운명이라 포장하는 것에 가깝다. 다소 낙천적인 조언을 운명에 덧대 타인을 격려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가 실제로 운명이라는 단어에 깊이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면모는 살아있는 낙원을 위한 여정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길 때 희미해진다. 길잡이가 선조의 영혼을 의미하는 하얀 별을 보았다 했을 때, 곧장 수긍한 채 방향을 묻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출신부터 시작하여 본 여정에 오르기 전에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리고 언제 태어났는지조차도. 추측이 난무하나, 어떠한 질문에도 소신있게 대답하지 않는다.
기타
◈ 샤니라크(Shańyraq)
몽골에서는 '게르', 카자흐스탄에서는 '유르트'라고 불리는 집의 구조물에서 따온 가명이다. 유르트의 천장인 샤니라크는 가정 또는 씨족의 존속을 의미하며, 새 가정을 꾸릴 때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덕담으로 '당신의 샤니라크가 높게 올라가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샤니라크라 칭하며 여행자들의 평안을 기원했다. 애칭은 무어라 짓든 크게 신경쓰지 않고, 샨, 라크 등 자유롭고 다양하게 불린다.
◈ 기록의 예술
자신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데 큰 의의를 둔다. 버려진 유물이나 돌멩이, 운 좋게는 나무토막에 칼로 문양을 새기거나 조각을 파는 취미가 있다. 형태를 완성한 조각에는 아티교를 향한 기도문이나, 살아있는 낙원에 도달하고 싶은 염원을 담아 시를 남긴다. 염원의 글을 새긴 조각을 반드시 사막의 모래에 꽂아 자신이 지나간 자취를 표시한다. 그는 길잡이가 하얀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노라 말한 밤, 마침 완성한 조각품을 모래에 꽂아두었다. 손에 배긴 굳은살과 흉터도 전부 조각을 익히다 실수하여 생긴 것. 이제는 능숙하여 그럴 일이 없다.
◈ 학문
신앙심이 깊은 것과는 달리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크게 자리한다. 가끔 모래 위에 여러 물리 공식을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다양한 수학,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막의 버려진 유물들은 조각을 새길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으나, 오래된 서적에는 비교적 흥미를 드러낸다.
특히 천문학을 좋아한다. 낮이면 모래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로 시간과 날짜를 계산하고, 방위를 짚어내며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잦다. 다만 직접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없다.
소지품
흰 겉옷: 현재 착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디자인이다. 낮에는 흰 것을, 밤에는 검은 것을 걸친다. 자신의 모든 짐은 걸치지 않은 겉옷 속에 담아 묶고, 어깨에 멘다.
조각칼: 조각을 할 때 쓰는 칼. 조각을 하지 않는 이상 천으로 감싸둔다. 그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랜턴: 오랫동안 모래 바람에 마모되어 겉이 벗겨지고 있는 랜턴. 아티교의 윤회 사상을 담아 구불거리는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상당히 아끼는 것 같다.
지팡이: 낮의 그림자를 관찰할 즈음이면 지팡이를 바닥에 꽂는다. 나무로 이뤄진 지팡이에는 그가 직접 기하학적 문양과 함께 아티교의 기도문을 새겼다.
특성
지혜
제 눈에 별이 담길 순간을 고대하므로.
글렌 브룩스 Glenn Brooks
- 저물어가는 별 -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 부드럽게 내려간 올리브색의 눈이 보인다.
기타
글렌의 할아버지는 미국의 우주비행사, 할머니는 금속공예가. 글렌의 어머니는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마침내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세계의 문명은 모래에 파묻혔다. 글렌의 어머니는 조부모에게서 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천문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문명이 무너진 환경 속에서도 서적을 접하며 훌륭한 천문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온화한 성격의 아티교의 신자이자 조각가인 아버지와 만나 글렌을 낳았다. 그렇게 작물을 심으며 평범히 살아가던 글렌의 가족은 조부모가 병사한 이후부터 기나긴 여행을 시작했다. 작게는 버려진 문명의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크게는 살아있는 낙원을 찾기 위해. 아티교의 신자인 아버지와 버려진 유물을 수집하고 싶었던 어머니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탓이 크다.
하지만 글렌은 단순히 강한 햇빛에 자주 노출되어 시력이 나빠지던 탓에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할머니의 유품인 안경을 받았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도수가 맞지 않자 시력을 교정하는 것을 포기했다. 현재는 가까이서 보는 사람의 이목구비가 흐린 수준. 형태는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경계는 불분명하게 인식한다. 문명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쉽게 시력을 교정해 또렷한 풍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하지만 글렌은 자신의 시력을 잃어가는 것을 체감하고, 유물보다는 살아있는 낙원을 찾기 위한 목표를 하루 빨리 달성하기 위해 부모님과 이별해 일행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글렌 브룩스라는 이름을 모래 속에 묻고 낙원을 찾는 여행자로서 자신을 남길 수 있도록 가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력이 좋지 못한 만큼 하늘을 직접 올려다보지 않는다. 낮에는 햇빛이 강하고, 밤이면 어차피 하늘을 보아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해가 뜰 적이면 지팡이를 꽂아 생긴 그림자를 통해 가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밤에 시간을 계산하거나 방위를 찾을 적에는, 자신이 직접 관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슬쩍 돌려 묻는다. 북극성을 찾는 법을 알려주며 위치를 묻고, 귀로 들은 내용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 자신의 눈에 살아있는 낙원의 밤하늘을 가장 먼저 담고 싶어하며, 그 이전까지는 최대한 시야를 차단하고자 한다.
낙원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기도문과 시가 적힌 조각들이 미련이 될까 봐 반드시 땅에 버린다. 살아있는 낙원에 도달하는 게 유일한 삶의 목표이므로, 여정의 끝에서는 휴식을 바란다.
◈ 교육
금속공예가인 할머니와 조각가인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조각에 능하다. 늘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랜턴도 할머니의 수제품. 그는 두 예술가에게서 조각 기술을 배웠다. 우주비행사인 할아버지와 천문학자인 어머니를 둔 글렌은 자연스레 물리학부터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인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말에 담긴 힘은 이러한 지식에서 유래된다.
소지품
안경: 이제는 잘 쓰지 않지만, 유품인 만큼 소지하고 있다.
Q.
Q1. 당신은 어떤 경위로 여행자가 되었습니까?
A1. 살아있는 낙원을 찾기 위해서. 그 이외의 어떠한 이유가 필요할는지요. 신께서는 부모님과 제게 낙원으로 가라 명하셨고, 저는 그를 따를 뿐입니다. 붉은 스카프를 두르기 전 아이일 시절부터 그러한 여정은 계속되었으며, 강한 햇빛에 눈을 완전히 잃기 전에 낙원을 만나길 깊이 염원합니다.
Q2. 살아있는 낙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A2. 별을 먼저 만나야겠지요. 얼마나 그 순간을 고대했는지 모릅니다. 신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그 결과 낙원에 도착했을 때 저는 비로소 평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 깊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노을이 질 낙원에서 신성한 별과 마주볼 수 있다면야 얼마나 행복할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