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이 잘릴 때부터 밭은 숨을 내쉬는 아이들은 나란히 그리핀도르의 넥타이를 맸다. 애런이 억새의 톱날을 갈아두었다면 제이미는 도리어 여렸다는 게 유일한 차이였다. 제이미는 그 평행선에서 애런의 벽을 의식하면서도 의지했는데, 같은 기숙사에 몸을 담아서인지 그가 아무리 퉁명스러워도 남을 일부러 골탕 먹인 적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지금으로선 모를 일이었다.
앎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서투르게 격려하는 애런에게 여러 차례 망설인 이유는 곧 자신에게 있다.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제이미에게는 어릴 적의 두려움도, 용기도 남아있다. 더 배우지 않고 외면하고 싶지만, 친구의 손 정도는 훔쳐 쥘 정도로 모순적이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야…….” 애런이 한숨을 쉬자 제이미의 눈썹이 늘어졌다.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느껴졌어요.” 내심 불안했던 만큼 욕심이 묻어나는 질문으로 믿음을 사고 싶어 낙담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제이미는 메이너드의 소매 아래 흰 손등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창백하게 쥔 손이 제이미의 바람에 꺾일 것만 같았다. 물웅덩이에 손을 집어넣고 들어 올리면 그대로 흘러내리듯, 얼마 내색한 적 없는 욕심이 억새 줄기를 베어내는 낫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이건 갈레온 동전을 던지는 확률 게임이다. 제이미는 앞면에 분수에 맞지 않는 소원을 뒷면에 퇴보를 적고, 동전을 애런에게 쥐여준다. 확률은 전적으로 애런에게 달려 있고, 그는 이미 싸움에서 한 번 이겨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메이너드가 했던 말을 똑같이 돌려줄게요. 항상 걸림돌이 됐지만, 호그와트에서는 아니었다고.”
너라면 내가 어디에 걸지 알고 있겠지만,
“방해도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요.”
원하는 높이로 동전을 던져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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