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이반은 여느 때와 같이 캡슐에서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으나 라운지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을 보고 몸을 눕힌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는 항상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습성에 엉겨 보호색을 죽였고, 이제는 당연하게 카멜레온의 습관을 들였다. 이반 마르티네스는 수면실에서 나서는 사람들을 따라 복도로 향한다.
7월 27일
유로파에서의 하루에 맞게 몸을 일으켰지만, 수면실에서 아침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잠을 깨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말라붙은 팔의 겉가죽이 으깨지는 감각이 생경했기 때문이다. 이반은 소매를 걷어올려 손목시계를 쳐다본 다음에서야 목울대 어귀를 지근거리기 시작했다. 목에 채웠던 게임기도 라운지 너머의 무한한 우주도 검었다. 적어도 어저께 아주 잠깐은 그랬다.
7월 27일
누군가는 오시리스에 도착하면 기다릴 보호자가 있냐고 질문했다. 이반은 사람 대신 매체로 접한 지구의 풍경을 떠올렸다. 흙 알갱이가 흐드러진 땅을 밟고 선 옅은 미소 사이에는 녹음이 있다. 화면 너머로 손을 흔들며 전원을 끄고 켜던 기억과는 영 딴 판이다. 이반은 시시해진 VR 게임은 잊고 복도를 걸으며 캐러네이드 호에서 내릴 순간을 그려본다.
8월 1일
오시리스를 밟고 선 지 어느덧 사흘. 옷장을 열던 이반은 가지런히 걸린 체크 셔츠를 보며 이 여행이 낯설고도 익숙해졌음을 실감했다. 캐러네이드 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들 사이에 섞여 농담을 하는 것도 모두 제대로 배워나간 것들이다. 이반은 내담자가 그러듯 올곧은 자세로 앉아 라운드 테이블에 놓인 구식 녹음기의 버튼을 누른다.
“2070년 8월 1일, 오시리스의 호텔에서…….”
8월 6일
며칠 전부터 수면실에 있고 싶지 않았다. 복도를 걷고 계단을 내려가며 스스로를 홀로 두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경고와 조언을 무시한 채 일탈을 즐기다가도 늦게 잠자리에 들 때면, 먼저 캡슐에 누운 사람들이 의료 유닛에 누운 환자처럼 보였다. 이제는 열두 개의 충혈된 눈이 자신을 보지 않길 원했고, 호의를 담은 시선일 지라도 거북해졌다. 이반은 레버를 쥔 손에 달라붙는 불쾌감을 재차 체감하며 무심히 조타실을 지나친다.
8월 7일
이반은 벽에 홀로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습관이 들었다. 계단을 걷고 복도 끝을 둘러보는 행동은 여전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규율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무던히 피로하고 지쳤다. 소각로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때조차 눈꺼풀이 내려앉는 감각을 느꼈다. 등 뒤의 벽은 언젠가 작은 어깨를 집어삼킬 지도 모른다. 이반은 들끓는 지각 아래에서 눈을 감는 착각에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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