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차 칸토레
2023. 8. 27.

 

[D:\nebulatrackers\ROE\character\custom\@forme] over and over

 

공룡 안 좋아하세요? 제 딸아이는 미쳐있던데.

 

 특출나게 쾌활한 인상도, 음침한 인상도 안 된다. 번쩍이는 거리를 걷다 보면 한 번쯤 볼 법한 구김없고 평범한 스타일. 나이에 비해 앳된 동안. 패션에는 관심이 없다. 신뢰감을 주는 첫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기관리 말고는 내버려둔다. 지저분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뜻이다. 목을 덮어 자주 뻗치는 황토색 머리칼을 자를 생각도 없었는데, 둘째 딸의 권유에 따라 반묶음으로 정리했다. 눈썹을 덮는 앞머리는 가볍게 이마에서 반씩 갈라 넘기고, 묶은 부분은 둥글게 말아 틀어올려 움직일 때마다 덜렁거린다. 그런즉 칼럼을 투고하여 몇 번 신문에 얼굴이 실렸을 텐데 독자가 일부러 관심있게 살피지 않는 이상 썩 얼굴도장을 남기지는 못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팔다리가 가늘다. 허약했던 어린 시절이나 느슨한 겉모습으로는 쉽게 재난·재해 지역에 달려드는 저널리스트라고 예상할 수 없지만, 루차는 데키일 적이나 지금이나 발발거리며 잘 먹고 잘 뛴다. 시차 적응에 능숙하고 잠을 줄여가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상 기초 체력은 탄탄하다. 

 씩 웃으면 시원하게 감춰지는 옥색 눈동자, 어딘가에 난 총상의 흉터, 굳은살 박힌 손과 발 모두 루차를 구성하는 요소였다.

 

 배우 이름

 루차 칸토레 / Lucia Cantore

 

 실제 나이

 45세

 

 신장

 163cm

 

 성격

 “We always track the way to hell!”

 삶은 곧 완전연소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며 카메라는 가장 획기적인 탄환이다. 발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떠나 셔터를 누르고, 다시 걸음을 옮겨 지면에 선을 그으며 살아왔다. 누군가 보기에는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표현이 적절할 테지만, 루차는 그 연소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였으므로 피로한 직장인의 얼굴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재화가 자신에게 주어졌을 뿐. 루차도 가끔 매너리즘에 빠진다. 사실, 기자란 늘 회의감에 허덕이는 직업이다.

 우주 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현재, 전세계 사람들이 대기권 바깥의 행성을 향해 목을 빼고 살아가는 세상이건만 루차는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을 열망하느니, 우스갯소리로 우주항공국 직원의 처우 개선에 힘을 쏟는 편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발랄하고 희망찬 성격은 아니어도 현실주의라는 단어를 남발해 만사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간들을 불쾌하게 여긴다.

 지금껏 많은 사람이 인터뷰이로서 루차를 만났다. 비록 기자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기에 취재의 열정은 없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다시 수첩이나 랩톱, 패드 따위를 펴고 앉을 것이다. 그런데 체험형 영화의 기록이 백업이 되나? 평범한 풀다이브라면 데이터 다운로드가 되었겠지만. 나 체험형 영화는 처음이란 말야.

 

 기타 설정

 20대의 루차는 포부를 안고 미국 대학에서 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해외로 떠났다. 풍해, 수해, 지진 및 해일 등 자연재난과 특수 재해를 취재하여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언론사와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재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하고 사회를 고발하며 추가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의식을 안고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썼다. 22년간 유럽 및 아시아 12개국을 방문하였으나, 분쟁 지역에서 총상을 입은 후 질병 휴직으로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재활을 거쳐 시사회 참가에 문제는 없을 정도. 신체 검사를 꼼꼼하게 진행해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다.

 입양한 자녀를 둘 두었다. 장성하여 나잇값을 다하는 (다하지 않는다면 루차가 애착 관계 형성 기간동안 먼 거리에서 지낸 탓에 모르는 것이다) 첫째와 학교에 다니는 둘째. 두 아이 모두 주변인의 사정 및 사고로 젊은 나이의 루차에게 떠넘겨졌으나, 루차 또한 직업상의 문제로 그리 좋은 보호자는 아니었다. 아이가 커리어의 발목을 묶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꼬박꼬박 화상통화를 연결하려 노력해도 취재 과정에서 얼마간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고, 주변 친구나 보육원에 단기간 맡기는 등 아이와 직접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훨씬 더 길었을 뿐이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정신 나갔냐는 소리도 몇 번 들어봤다. 육아에 소홀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은 든다. 언제까지 이웃의 손을 빌릴 수 있을지 겁도 난다. 그래도 루차는 그런 책임감이 타인의 지적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세상에 이런 가족이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겠어. 

 《네뷸러 트래커즈 2 ~아쿠아리안의 복수~》는 어릴 적 추천을 받아 그럭저럭 인상 깊게 본 영화였다. 국제분쟁전문기자의 직무 및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반전주의 메시지를 띠는 작품을 섭렵하면서 비교군이 갖추어졌다. 한참 뒤 루차는 언론사에서 《네뷸러 트래커즈》 시리즈의 홍보 기사를 쓰는 영화 및 콘텐츠 담당 기자와 식사한 적이 있다. 그의 간증에 따라 시사회 응모 당첨 전 루차의 《네뷸러 트래커즈》 시리즈에 대한 마지막 인상은 리부트 트릴로지가 최악이라는 것뿐이다. 

 데키 헤 파타는 시사회 참가 직전 감상한 《네뷸러 트래커즈 ~엔데버 호의 모험~》에 등장한 포로의 왕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인어공주를 오마주하여 그럴 듯하게 창작해낸 설정이다. 루차는 고향에서 머나먼 지구의 공룡을 찾아 헤매던 데키를 통해 의문을 던진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칠 만큼 유의미한 목표와 가치가 실존하는가?’ 참, 데키가 한때 해적이었다고 말했나?

 

 ✳ 영화에서 인식하기로는 퀸텀-실은 퀸시 맥레이와 공동 명의로 첨단 천체 망원경을 소유하고 있다. 엔데버 호에 난 작은 창(그런 건 원래 없지만 대본의 힘이 어디까지 닿나 시험해보지 뭐)을 통해 스크린을 거치지 않고 선명하게 구현된 우주 그래픽을 관측할 수 있다. 오, 이 문장 잘 써지는데. 맥레이 교수. 우리 성공했어. 

 

 

 시사회 참가 계기

 그놈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문제다. 그의 막내딸은 달에 관한 모종의 미신을 믿는다. 달로 가 미신의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그러나 루차에게는 몇천만 달러의 돈을 턱턱 낼 여력은 없다. 그 정도의 돈이 있으면 차라리 둘이서 세계일주를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딸의 고집을 한 귀로 흘려듣고 지내던 어느 날, 활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루차도 팝업 광고를 발견했다. “체험형 영화로 기획된 《네뷸러 트래커즈 ~엔데버 호의 귀환~》!” 우주를 구현하는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광고였다. 어릴 적 나름대로 즐겁게 본 추억이 남아있기에, 객관적으로도 괜찮은 몇 편은 아이들에게 틀어주기도 했다. 딱 그 정도의 얄팍한 관심에 그쳤었는데… 응모 마감 사흘 전 딸과 싸우지 않았더라면, 이동편에 드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며칠을 투자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명목은 사전답사. 아이가 아닌 루차가 시사회에 직접 참가한 이유에는 VR 체험의 위험성을 고려한 모성애가 아닌 자기애가 묻어있다.

 그리고 나만 스포일러를 안 채로 같이 영화관에 가면 재미있을 것 같잖아.

 

 

 텍스트 관계

 오토 잔스타드

 솔직히 “아, 처음이다 보니 어렵군요. 죄송합니다.”라는 대목에서는 0.3초 기시감을 느꼈다. 하지만 리앤더의 성격은 오토라고 상상도 못할 만큼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심지어 제멋대로 뾰로통해진 데키의 기분을 유연하게 살펴주기도 했다. 루차는 관객들 사이의 오토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아니 글쎄, 어떻게 전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시사회에 내가 《네뷸러 트래커즈》 시리즈를 알게 된 계기의 인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어. 게다가 사이좋게 붙어서 ‘역할극’을 했잖아. 아, 부끄럽냐고? 그렇진 않고, 그냥 그 정도면 눈치를 챘어야 마땅한 거 아닐까. 옛날에 얼마나 붙어다녔는데? 그러나 돌이켜보면 루차는 이십몇 년 전 오토를 떠났고, 리앤더 오르페의 캐릭터 디자인은 성장한 오토 잔스타드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그는 1년 전부터 주변 인맥을 모두 끌어다 아이들을 맡기던 루차의 새로운 희생양이 되었다. 물론 말이 희생양이지 정직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했다. 오토의 고지식하고 성실한 성격과 어릴 적의 우정이 적절한 구실이 되어주었다. 비교적 최근, 휴직 및 재활을 위해 입국 후 오토에게 맡겨둔 아이를 찾으러 갔을 때에도 막내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실은 늘 그렇듯) “나 집에 안 가! 여기서 살래!” 라며 엉엉 울었다. 

 10대 시절의 두 사람은 옆집에 살았다. 루차는 오토의 추천으로 함께 시리즈를 독파하다 웨이 선장의 묘비를 마주하고 전반적인 흥미를 잃었지만, 오토는 그 이후로도 루차가 모르는 곳에서 꼬박꼬박 네뷸러 트래커즈 시리즈를 좋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2063년, 새삼 기나긴 간극을 좁혀야 할 때가 다가왔다.

 

 올리비아 힐

 미국 응급의학과의 사정이야 진작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전담 분야가 아니었을 뿐. 그러나 전염병이 미국을 휩쓸면서 응급실의 부패가 사상자를 늘리는 데 기여하자, 루차는 앞장서서 분노에 절어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인터뷰하고 다녔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힘을 보탰다. 법을 개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등을 떠밀고 법조인의 자문을 얻도록 연결시켜준 것도 루차였다. 증거를 끌어모으고, 인터뷰를 수집하여 언론사와 합의 후 펑 터트린 것이 루차 칸토레. 즉, 올리비아의 현 직업에 대한 인식을 더더욱 바닥으로 꼬라박은 인물 되시겠다. 

 응급실 재기능을 위한 법이 개정되면서 루차는 여러 응원을 받았지만, 정작 루차는 후련하지 않았다. “그러면 뭐해, 내가 영웅이 아니란 것쯤은 안다고. 이제야 한 걸음 뗀 거야.” 그 당시 만났던 전문의나 환자들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한다.

 루차는 올리비아를 잘 모르지만, 한때 두 사람은 머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이웃이었다. 루차는 5년 전 올리비아의 근무처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막내딸인 로즈의 문제로 응급실에 갈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루차는 병원의 열악한 환경에 자신이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도 웃음이 났다. 

 그래서 현재 올리비아에 대한 인식은 이렇다: ‘이상하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언제였지?’

 정말로 올리비아에 대한 인식은 이렇다: ‘밀도 있는 시간’을 공유하기로 한 사람. 인생사 고쳐먹기 클럽 멤버. 2시간의 인연을 후회 없이 보낼 것이다.

 

 데비

 첫 번째 항해에서 만나, 80번째 항해에 다다르자 데키는 데비의 눈총을 피해 성공적으로 엔데버 호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이만하면 난 데비의 인상에 남을 만한 민첩함을 갖고 있겠지. 적어도 우리는 몇십 년을 알고 지냈다.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