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새싹, 선로, 선순환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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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은 기계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실행에 옮긴다. 의지에 반응하는 놀라운 힘은 유감스럽게도 몇 년 전까지 가진 자들의 것이었다. 마법 교육은 부유한 자들이 받을 수 있어, 마법을 다루는 자는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없다시피 했다. 뛰어난 마법사들이 모인 도시 노츠턴은 세계의 고혈을 착취했다.
 이를 탐탁잖게 여긴 대마법사 아브힐라샤는 마법의 정의를 한 차례 전복하고자 했다. 그는 노츠턴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을 하늘고래 위에 마법학교를 세워 ‘따개비’라 이름 붙이고, 다음과 같은 교훈을 내건다.
 꿈 꾸는 사람은 누구나 마법사다.
 조건을 헐겁게 내거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따개비의 학생들은 노츠턴의 착취에 생명력을 잃어가던 사람들에게 꿈을 불어넣었다. 말 그대로 꿈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의지는 실체를 얻었기에, 그들은 그 깨달음이 널리 퍼지도록 힘쓰고 노츠턴에 우뚝 선 마탑을 무너뜨렸다. 그 탑은 현재 박물관으로 쓰인다. 예술과 문화가 담긴 물건들을 보관하고, 과거의 사유가 묻어나는 문명을 복원하는 장소로 말이다. 바이스는 그곳의 관장이다. 죄업을 진 니키타와 함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사장된 유적을 쌓아올렸다. 불에 타 소실된 두루마리를 옛것으로 되돌렸다. 유물의 고향에 맡기는 것이 정해둔 규칙이지만,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면 박물관으로 모신다. 아마야는 바이스가 장담하던 박물관에 아이와 노인 너나 할 것 없이 방문하는 미래를 지켜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조금은 궁금해했다. 바이스는 꿈과 사랑으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과거를 현재로 퍼올리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이 열차에 표류한 건, 누군가 꿈을 꾸었기 때문일까.


 마탑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마야는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세상을 꿈 꾸었다. 그는 태양이 작열하는 소베란 사막과 소금 냄새가 나는 샛바다 항구, 널따란 평야가 이어진 서라와 높은 태청산맥까지 느린 걸음으로 누비며 풍경을 익혔다. 그리고 현재, 아마야는 박물관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췄다는 바이스의 초대에 노츠턴에 들렀다. 꿈의 기원과 증거를 보여주는 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꿈을 꿀 초석을 만들겠다는 바이스의 장담은 놀라우리만치 사실이 되어 있었다. 바이스는 권위를 가진 관장이라기에는 그저 설립자에 그쳤고, 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꿈을 함께해줄 동료가 몇 있었으며, 그의 뜻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도 같았다. 바이스는 아마야를 흔들의자에 앉혀두고 자장가가 나오는 오르골을 보여주다가, 니키타가 깎아온 과일을 함께 먹으며 물었다. 
 “아마야,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돌아가야지……. 수확할 시기가 되었어.”
 “아하항~ 다음엔 내가 깜짝 방문해야지. 니키타도 데리고!”
 “나참, 언제는 말하고 왔던 것처럼 구는군.”
 “어?! 나 그래도 편지는 꼬박꼬박 해요~~? 게다가 수수께끼도 틈틈이 잘 숨겨두고 있는데.”
 “머지않아 수영할 계획이라고만 써두면 내가 어찌 알아듣겠나? 곧이곧대로 솔직하게 말하게. 나이가 들어 관절이 시원찮은데, 자네는 안마도 해주고 머리도 아프게 해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 아마야는 조금 투덜거렸다. 바이스는 그것이 무뚝뚝한 농담이라는 걸 알아듣고 소리 내 웃었다. 그러면서 아마야에게 기차표를 쥐여주었다. “이번엔 기차도 타 봐요. 걸어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거든요. 도움이 될 거야.” 아마야는 굳이 그런 데 돈 쓸 게 있느냐며 사양하다가, 결국 못 이기겠다는 듯 티켓을 받아들었다. 
 아마야는 그때 기차역에 처음 가 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마법이나 노츠턴에 품고 있던 실패한 열망을 아마야에게 내비쳤기 때문에, 노츠턴에서 생겨난 문물은 자연스레 기피하며 지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 아마야는 많은 세상을 보겠다 마음먹었으니, 돌아서는 건 먼저 부렸던 고집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도심의 기차역에는 사람이 붐볐다. 사람들은 벽의 시간표를 보고 플랫폼을 찾아 계단을 내려가거나, 대합실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등 제각기 바빠보였다. 바이스가 짐가방을 들어주고, 니키타가 손을 잡아주어도 아마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술렁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금방 괜찮아질 거요. 열차 안은 생각보다 조용하거든.” 니키타는 그렇게 말하며 능숙하게 아마야의 티켓에 쓰인 플랫폼으로 바래다주었다. 아마야는 가만히 입을 달싹이다가, 시끄럽게 청년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노인을 거들어 주는 것을 보고 못내 마음을 놓았다. 두 사람은 창밖에서 열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니키타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돌아가면 편지하게나.’
 언제 승무원이 복도를 지나칠지 걱정하며 몇 시간 티켓을 놓지 않았던 것과 달리, 열차는 평화로웠다. 승무원은 작은 수레를 끌고 식사나 간식을 팔 때 말고는 오가지 않았다. 게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마야가 타고 있는 칸에는 아마야를 제외한 승객이 한 명도 없었다. 여행은 금세 적막에 사로잡혔다. 기차 바퀴가 선로 틈을 밟으며 덜컹거리는 것 말고는 늘 아마야가 찾던 고요함과 비슷했다. 아마야는 금세 안정을 찾고 여벌 옷과 반짇고리를 꺼내들었다.
 “이번 역은 아가톤, 아가톤입니다.” 기장의 방송에 고개를 드니 낮은 건물들과 함께 아이들이 뛰어노는 광장이 보였다. 한층 더 머나먼 곳에는 푸른 동산이 있고, 드문드문 흰 점이 그 위를 오간다. 아마야는 바느질거리를 내려놓고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따사로운 햇볕이 뺨을 감싸듯 스며든다. 아마야는 희끗희끗한 점들이 양 떼라는 것을 알았다. 니키타가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고 양치기 소년으로 살 때, 그가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언급했던 집 ‘상앗빛 펜스’가 그곳에 있을 터였다. 열차가 느긋하게 속도를 늦추며 정거장에 멈추면, 아마야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몸을 일으킨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좀이 쑤셔 삼십 분이나 되는 여유를 산책에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계획은 또랑또랑한 한마디에 무산되고 만다.
 “아마야~?!” 
 뒤를 돌아본 곳에는 아는 얼굴이 허리를 짚고 서 있었다. 종아리까지 넘실거리는 머리칼을 풍성하게 늘어뜨리고, 흰 돛배가 바람에 미끄러지듯 유연한 눈빛을 한 사람. 바이스 바사였다. 아마야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자네는 왜 여기까지 따라온 겐가?”
 “싫었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사랑의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닿을 거라 생각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볼 일이 있다면 같이 타고 가면 되는 거였잖나. 신출귀몰하게 나타나서는…”
 바이스의 눈이 아마야를 천천히 훑고, 느리게 깜박인다. “그러게. 이상하다, 아마야가 왜 여기에 있죠?”
 “……흐음?”





 마법학원 ‘따개비’의 교장 선생님께.


 밤하늘을 보고 길을 찾아보신 적 있나요?
 하늘고래를 이끄는 뱃사람이시니까요. 우리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길잡이로 꼽아보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전 양들을 돌보는 목자거든요. 사시사철 온난한 날씨에서는 남십자성을 찾기 쉽습니다. 태양은 정오에 남쪽이 어딘지 가르쳐주는데, 남십자자리는 해가 지고 나서도 방향을 일러주죠. 그래서 전 총총 뜬 별을 헤아릴 때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제가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주었어요.
 고향에서 사십 년 넘게 살면서, 저는 천편일률로 살았어요. 제가 사는 곳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집입니다. 누군가는 집 앞에 아이를 두고 가기도 하고, 가세가 기울어 떠돌던 분도 찾아오십니다. 우린 피로 이어져 있지 않아도 서로 가족이라 해요. 마땅한 학교가 없는 대신 몇몇 어른들이 돌아가며 배움을 전하고, 집 아래의 마을과 교류하여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가족 중 몇몇은 노츠턴을 동경하여 집을 떠나곤 하지만, 이대로의 삶도 꽤 괜찮아 보였어요.
 하지만 아브힐라샤 선생님, 저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죠. 심경에 변화가 생긴 탓입니다.
 하루는 노츠턴 인근 공장에서 일하다 휴가를 받았다는 가족을 데리러 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도심까지 갔었거든요. 특이하게도 기차에는 승객이 몹시 적었는데, 제가 탄 칸에는 사람이 두셋밖에 없을 정도였어요. 눈을 붙이고 몇 시간이 지나니 영 찜찜한 기분이 들덥니다. 원래는 한참 전 도착했을 만도 한데, 운행을 멈출 기색이 없었거든요.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물으려던 찰나 승무원 한 명이 수레를 밀고 들어와 제 이름을 묻고는 작은 봉투 하나를 쥐여주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자신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 봉투에 좌석 위치와 승객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라며 일갈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봉투를 열었습니다. 작은 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어요. 내용은 터무니없었습니다. 여기에 그대로 베껴두겠습니다.
 ‘시간의 미아 님에게.
 안녕하세요, 이 메모를 읽는 누군가. 혹시 낯선 곳, 낯선 때인 지금에 당황하셨나요? 축하합니다! 귀하는 무작위 전-평행우주시공차원간 시간 여행에 당첨되셨습니다! …라고 하면 속 편한 일이죠. 물론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건 단순한-모순적인-사고일 뿐입니다. 마치 트롤리 딜레마와도 같죠. 버튼 하나를 눌러 선로를 바꾼다면 사람 한 명을 죽이는 대신 다수를 살릴 수 있고,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살인에 고의성은 없지만 여러 사람을 희생시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맞아요. 저도 가끔은 ‘딜레마’라는 표현을 써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냥 이해해주세요. 저도 일탈을 꿈 꾸는 한 명의 노동자일 뿐이니까요. 천만 분의 일에 육박하는 확률로 당신은 시간의 틈새에 떨어졌습니다. 곧 요원이 위험에 빠진 당신을 구하러 갈 테니, 다음의 지침을 따라주세요…….’
 따지려고 일어나 보니 어느새 그 직원은 사라져 있더군요.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은 저와 같은 봉투를 받은 사람이 둘은 더 있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구면인지 합석 중이었는데, 한 분은 깎아지른 절벽을, 다른 한 분은 파랑이 치는 바다를 닮아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오신 것만 같았어요. 그들은 저를 보고 조금은 놀란 것 같더니, 쉽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으려 하더군요. 물론 이전의 대화로 보아 한 분은 ‘아마야’, 다른 한 분은 ‘바이스’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지만요. 새로운 승무원이 나타나 필요한 것을 물었는데, 두 분은 사양하며 저에게 동석을 제안했고요. 저는 머뭇거리다 아마야의 옆에 앉았습니다. 바이스는 두툼한 배낭을 안고 앉아도 홀로 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키가 크셨거든요.
 우리가 받은 편지의 내용은 같았습니다. 시간의 틈새에 떨어졌다. 곧 데리러 갈 테니 기다려달라. 가장 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 분은 아마야였습니다. 그의 말로는, 이전에도 시간 여행을 시도하는 사람은 있었다고요. 말도 안 된다 생각했지만, 워낙 표정이 진중하셔서 차마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습니다(바이스는 “헹, 정말~?” 라며 추임새를 넣었어요). 거기다 아마야는 편지의 발신인에게 불편함을 표했습니다. “버튼 하나로 운명을 바꾸는 건 가능한 일이라네. 그러니 사람의 목숨을 농담 삼는 쪽을 무슨 수로 믿겠나?”
 바이스는 무언가 의기소침한 채였다가도 활기차게 구셨습니다. 따지자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좋을지 고민하시는 눈치였어요. 간단하게 주고받은 질문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결론을 냈는데도, 그는 유독 이야기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몇 가지를 질문했어요. “니키타, 니키타라는 이름에 뜻이 있어요?”
 “저도 잘 모릅니다. 니케라는 승리의 신이 있는 걸 알긴 합니다만…….”
 “책 찾아보다가 안 거예요?”
 “글쎄, 오래전에 주변 사람이 이야기해줬어요.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악사였는데, 동시에 이야기꾼이었거든요. 저는 그때 한참 어렸는데, 쪼그려 앉아서 제 이름의 철자를 조금 바꾸면 니케가 된다고 말씀해주셨죠.”
바이스는 고개를 기울이며 콧소리를 냈습니다. “흐응~~ 그렇구나. 조금 다른데…….”
 “어떤 게요? 물론 사실은 아닐 겁니다. 그냥 고조모께서 주신 이름…….”
 “잠깐. 그 이상으로는 말하지 마요~!!”
 “네?”
 “쉬잇.”
 질문은 대개 그런 식이었습니다. 꼭 아는 사람 한 명을 두고 비교해보면서도,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어요. 저는 그 의문을 짚어냈지만, 바이스는 눈썹을 꿈질거리며 대답을 어찌 회피해야 하는지 열심히 궁리하셨으니 금세 제가 먼저 두 손 들고 말았지요. 대신 그는 원래 어디로 가고 있었느냐는 아마야의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선생님의 흔적을 찾아보려구. 아브힐라샤는 혼자 저 멀~리 멀리 떠나버렸어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인도에 똑 떨어뜨려 두고!”
 “오래 알고 지내셨나 봅니다.”
 “그건 아니야. 하루, 이틀, 사흘… 열흘 넘게 됐나 보다. 그치마안~ 나에겐 중요한 사람이에요.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
 아마야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무엇이 궁금하다는 겐가?”
 “마법의 순리. 사랑의 흐름이라든가요. 아마 대답 안 해주겠지만.”
 “선생은 늘 대답을 유보하곤 했지.”
 저는 이해가 안 가서 물었습니다. “유명한 분이십니까? 처음 들어보는군요.”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 보더니, 대답을 돌려주었습니다. “아직 몰라도 괜찮을 걸세.” “음~ 맞아요.”
 그들은 선생님에 대해 묻는 제 말에 답해주는 대신 시간의 선순환을 설명해주었는데, 여러모로 기묘했습니다. 아브힐라샤 선생님,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는 걸까요? 그들은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무관하게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꿈으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아마야는 이론적으로는 이런 시간 여행이 아주 이례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자신은 그렇게 싹 트는 새로운 흔적을 보고자 여행한다고 했어요. 바이스는 누군가의 꿈이나 사랑이 문명에 흔적으로 깃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오래 보존된다면 미래에서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순서대로 흐르지 않는다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떻게 성립하는 것이며 지금의 저는 왜 그리운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인지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갖고도, 그들은 왜 뚜렷한 목표와 미약한 희망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것처럼 구는지요.
 마침내 기장이 정신을 차렸는지 열차가 노츠턴에 닿을 때, 두 분은 저를 배웅하며 진부하게 “답은 아브힐라샤 선생님이 갖고 있어요.” 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은 남겼죠. “니키타,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는 공간이 한 곳은 있을 거라네.” “잘 가요, 니키타.” 꼭 제가 부채감에 빠졌다는 것을 아는 것만 같아 가슴이 쿡쿡 찔렸습니다.
 노츠턴에서 약속한 사람은 잘 만나 집으로 돌아왔어요. 고향은 별 다를 바 없이 평화롭고 안전했고요. 다만 천장의 조명을 새로 달아주고, 고장난 기계 부품을 새로 바꾸어 끼우면서도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그 시간 여행은 정말로 꿈이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사람이길래 나를 아는 것만 같은 눈을 하는가. 그들이 말을 아끼면서도 입 모아 말하던 아브힐라샤 선생은 누구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불량한 이야기였지만, 양을 돌보는 일이 조금은 고루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그저 펜스를 지나쳐 가던 하늘고래 위의 학교 ‘따개비’를 수소문하게 하고,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따개비에 애착을 갖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삶을 바꾸어보고 싶습니다. 의문의 근원을 해명하고, 그들과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보길 원해요. 두 분이 믿는 선생님께서는 제게 어떠한 해답을 가르쳐주시겠지요.
 그러니 입학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십사 합니다. 입학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이 없어, 사유라도 간략하게나마 적어 전하고자 했어요.
 곧 페레키파에 축제가 찾아올 밤, 하늘고래가 정류한 내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니키타 드림





 아브힐라샤는 니키타의 편지를 받자마자 눈앞에서 읽어내리곤, 호탕하게 웃으며 신입생 입학 장소가 적힌 지도를 내민다. 그때 니키타는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마법학교 ‘따개비’에는 어떠한 입학 조건도 걸려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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