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른 곳으로
2022. 12. 2.

 

 일 년 전 니키타는 여름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 이끈 사람들이 여기에 잠들어 있다. 그들은 이 뭍에서 숨 쉴 수 없는 물고기였고, 그렇게 생이 끊어졌다. 두려움. 외로움. 여름은 말했다. “그래도 돌아오셨어요.”

 페레키파에서 에이블랑의 경계를 거쳐 노츠턴 인근으로 가는 과정은 멀었다. 그들은 진작 그리 합의했던 것처럼 열차를 타지 않고 두 발로 걷는데, 합쳐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을 산 사람들이 손을 놓지 않는다. 손가락에 명주실이 매인 것처럼, 잡아야 할 이의 손을 꼭 잡고서 산을 넘는다. 니키타는 어린 시절 지루함으로 굶주려 형제와 몰래 마을을 빠져나갔을 때, 모래바람 사이에서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깍지를 끼고 단단히 잡았던 고사리손 같은 추억을 아로새겼다. 강물을 두 손으로 떠서 마실 때 비로소 그를 놓아주었다. 입을 축이고 나서야 땀을 닦는다. “애당초 자네가 궁금하다는 ‘니키타’란 뭐요?”

 가벼운 짐을 내려놓던 그가 의아하게 고개를 든다. “노란 마법사가 아니라, 네게서 우러난 그냥 너.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면서.” “사정을 설명하는 건 다 변명이오. 그리고 난 그러지 않기로 했어.” “말했지… 외로워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다고.” “끈질기긴.” 가을 이른 바람의 미소가 가벼워진다. “다 잃었어도 살아야 한다며. 이것도 방도를 찾는 거야.” 니키타는 혀를 내둘렀다. 그게 싫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니키타는 낡은 판잣집을 가로지르며 가뿐하게 잃어버린 사랑을 이야기했다. 구멍 난 덩어리는 볼품없는 땅 위에 지어져 있었다. 소베리카 서부의 항구에서 뱃사람이 되고 싶었던 상인들은 투명 방벽 인근의 공장지대로 향했고, 폐가를 고쳐 잘도 살았단다. 과로하거나 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겨우 묻기 위해 남겨둔, 폐수가 흐르던 강물 근처 무른 땅. 이제 노츠턴의 숨은 공장의 매연과 같은데, 그래도 예전에 세워진 묘지란 청개구리가 후회를 묻은 어머니의 무덤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평지 위로 무릎까지 오는 투박하고 납작한 돌이 여덟 남짓 꽂혀 있다. 니키타는 가장 뒷자리에 있는 묘비 하나를 향해 손을 당긴다. 열 남짓한 이름이 빽빽하게 남겨진 지 오래다.

 “죽고 난 다음을 상상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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